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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영상 쇼츠로 바꾸는 방법 / 프리미어 프로 핸드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세로 영상이 인기로 떠오른 지 오래다. 유튜브엔 쇼츠, 인스타그램엔 릴스가 그렇다. 대세 변화에 민감한 편이 아닌 나는 한참 뒤에야 쇼츠 영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내가 유튜브 업로드용으로 만드는 영상은 대게가 10분 내외의 길이이다. 주된 내용이 브이로그이니, 평범한 사람의 일상 이야기에 크게 관심 없는 사람들의 클릭을 유도하기 어렵고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자들을 잡아두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영상 중에서도 귀여워 웃게 되는 동하의 귀염뽀짝한 모습이 있게 마련이고, 다른 건 안 봐도 그것만큼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들을 짧게 쇼츠로 만들어 업로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내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의 가.. 2022. 3. 13.
책 향기 가득한 날 / 도서관 공사 "띠링~" 문자가 왔다. 내가 자주 가는 도서관에서 온 문자다. 공사로 인해 장장 두 달 간을 휴관한다는 내용이다. '휴관이라니, 더 먼 도서관을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에 귀찮은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확인한 다음 글귀로 인해 갑자기 마음이 들떴다. '특별대출 운영 : 대출권수 1인 20권 확대, 반납기한 10주로 연장' 평소엔 1인 5권을 대출할 수 있고, 2주 후엔 연장 없이 반납해야 한다. 도서관은 차로 15분 거리에 있고 나는 일을 쉬는 날에만 방문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갈 때 늘 5권을 꽉꽉 채워 대출한다. 하지만 2주 후 책을 반납하러 갈 때 빌린 책을 모두 다 읽은 경우는 드물다. 연장을 하고 싶지만 코로나 때문인지, 연장을 아예 허락하지 않아서 늘 다 보지 못한 책을 '다음에 필요하면 .. 2022. 3. 12.
남해 시금치 잔뜩 캐온 날 / 시금치 보관 방법 겨울철 맛있는 남해 시금치 남해 시금치는 겨울철 날이 추워지며 더 맛있어지기 시작한다. 낮에는 영상의 기온, 밤에는 영하의 기온이 될 때 노지의 시금치는 밤새 얼었다가 낮에 녹기를 반복하며 단 맛이 더 강해진다. 바닷바람도 남해 시금치를 맛있게 하는 하나의 요소가 된다. 설 전까지 점점 더 맛있어지는 시금치는 설이 지난 후 날씨가 따뜻해지면 단 맛이 점차 사라지기 때문에 가장 맛있을 때는 바로 설 전이다. 밭에서 시금치 캐기 설을 맞이하기 전, 미리 남해에 들렀었다. 엄마를 따라 나간 밭에는 시금치가 제천이었다. 배추 만한 시금치를 엄마와 둘이서 한 포대 가득 캤다. 시든 잎은 그 자리에서 바로 떼서 다듬고 포대에 넣었다. 시든 잎은 밭에 두면 그대로 거름이 되지만 집에 가져오면 쓰레기가 된다. 캐온 시.. 2022. 3. 4.
보기 싫은 의자 블랭킷으로 간단하게 리폼하기 제목은 거창하게 리폼이라 했지만 사실 1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방법이다. 보기 싫은 의자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 결혼 전 남편의 살림이었던 게이밍 의자. 처음 신혼집을 꾸미면서는 그 의자가 참 거슬렸었다. 투박한 디자인과 검정색 바탕에 빨간색 포인트가 섞여 있는 모습이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상 편집을 하며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그 의자의 진가를 경험할 수 있었다. 푹신한 바닥 쿠션에,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허리 쿠션과 머리 받침까지, 몸을 딱 뒤로 기댄 채 앉아있으면 허리도 굽어지지 않고 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단언컨대 내가 여태 앉아봤던 다른 기능성 의자들 중에서 가장 편했다. 그래서 그 게이밍 의자는 지금 살고 있는 두 번째 집에서도 컴퓨터 앞에서 제 역.. 2022. 2. 25.
고장난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 / 6년 동안의 사용기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는 대학시절, 없는 형편에 큰맘 먹고 들였던 전자책 리더기이다. 종이책 같은 느낌의 전자잉크라 눈이 피로하지 않다는 점과 그 기계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수백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매혹적이었다. 당시 한국의 전자책 리더기 양대산맥이었던 크레마와 리디북스 중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를 고른 이유는 단순히 저렴해서였다.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리디북스 페이퍼보다 더 저렴하게 나왔던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이하 리페라)는 세계 전집과 함께 묶어서 8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었다. 그렇게 기대했던 리페라는 처음엔 활용성이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전자도서관을 통해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는 열린서재가 지원되는 크레마와는 달리, 리페라는 리디북스에 있는 전자책만 읽을 수 있는 전용.. 2022. 2. 20.
겨울 베란다 정원에 핀 꽃 한 동안 꽃 소식이 없던 겨울 베란다 정원에 다시 봄기운이 불기 시작했다. 병충해로 시들시들하던 검은 눈의 수잔에서 꼿꼿하게 주황색 꽃 한 송이가 피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지난가을에 심었던 미니 마거리트에도 청순한 흰색 꽃이 얼굴을 드러냈다. 새로 심었던 인시그니스 블루 네모필라도 하늘색 얼굴을 드러냈고 오점 네모필라도 궁금했던 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기쁜 건, 작년 봄에 심어서 그 동안 꽃 소식이 하나도 없던 제라늄이 드디어 꽃망울을 올린 것이다. 여러 화분에 심었지만 잎만 무성한 채로 그대로여서 가을쯤 새 흙으로 분갈이를 해줬다. 이제 때가 된 건지, 쑥 올라온 꽃대에 마음이 벌렁거린다. 꽁꽁 싸매여 있던 꽃대는 며칠이 지나며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분홍 꽃봉오리가 보인다. 생각보다 .. 2022. 2. 19.
코로나 확진자와 한 집에 산다는 것 자가진단키트에 양성이 나온 남편 남편이 코로나에 걸렸다. 요즘 한창 바쁠 때라 집과 회사만 다니는 사람인데, 어느 날 갑자기 목이 아프다고 했다. 코로나가 기승인 시대이지만, 바로 옆에서 코로나가 확진된 것을 보지 못했기에 그냥 감기겠거니 생각했다. 감기도 옮을 수 있으니 방을 따로 썼고, 다음날 남편은 출근하며 코로나 자가검사 키트를 찍어봐야겠다고 말하곤 집을 나섰다. 나도 바삐 출근준비를 마치고 운전하는 와중에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나 양성으로 나와서 보건소에 PCR 검사받으러 가고 있어." 올 것이 왔구나. 믿겨지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이기도 했다. 출근하던 나는 상사에게 전화해 사실을 알렸고, 나도 코로나 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을 듣고 바로 근처 보건소로 향했다. 보건소 선별 진료.. 2022. 2. 18.
눈물의 거실 화장실 곰팡이 탈출기 화장실 두 개 있는 집에 사는 신혼부부가 화장실을 쓰는 법 우리 집엔 화장실이 두 개 있다. 신혼부부들 중에는 한 곳만 쓰고 다른 곳은 거의 안 쓰는 경우도 있던데, 우리는 각자 정해진 화장실을 쓰고 있다. 그렇게 나눈 이유는 자신이 쓰는 화장실에 대한 청소를 스스로 책임지기 위함이다. 평소 다른 화장실에 들어갈 일이 없으니 상대방이 청소를 좀 미뤘다고 해서 크게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다. 이때까지 그런 방식으로 슬기로운 화장실 생활을 이어왔는데, 이 집으로 이사를 오며 문제가 생겼다. 남편이 쓰던 거실 화장실에 곰팡이가 생기다 저번 집에선 거실 화장실을 내가 쓰고, 안방 화장실을 남편이 썼었다. 이사 후 이번 집에서는 화장실을 바꾸기로 했고 안방 화장실이 내 차지가 됐다. 거실 화장실은 강아지 배변판도 .. 2021. 9. 10.
천에 묻은 연필자국 지우기 오랜만에 자수틀을 꺼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보며 린넨 천에 네모필라를 수놓기로 했다. 그런데 천에 수성펜으로 도안을 그리려고 하니 펜이 안 나온다. 별 고민 없이 뾰족한 샤프를 꺼내 도안을 그렸다. 연필자국쯤은 쉽게 지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중간에 도안을 수정해서 수를 다 놓고 나서도 천에 새로 그린 그림이 남아 있었다. 그제야 연필 지우는 방법을 찾아봤다. 생각보다 아이 옷에 묻은 얼룩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을 골랐다. 치약으로 지우기. 천에 물을 묻히고 한 번 문질러보니 역시 그냥 지워지지는 않는다. 연필자국에 치약을 콩알만큼 묻히고 문지른 후 2-3시간 정도를 세면대 한 구석에 그냥 놔뒀다.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문지르며 살펴보니 연필자국이 거의 다 .. 2021. 9. 4.
프리미어 프로 캡션 넣는 방법 / 브이로그 유튜브 자막 파일 만들기 ※ 이 글은 프리미어 프로를 어느 정도 사용해본 적이 있는 분, 프리미어 프로의 자막 파일을 어떻게 추출하는지 궁금했던 분에게 적합한 내용입니다. 유튜브 영상에 한글자막을 업로드하는 이유 유튜브를 하면서 한글자막과 영어자막을 같이 업로드하고 있다. 한글자막을 업로드 하는 이유는, 누군가 자동 번역 기능을 사용해 각 나라에 맞는 언어로 번역해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영어자막을 더 쉽게 올리기 위해서이다. 영어자막 파일 만들어서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방법 유튜브에서 한글자막을 srt파일로 다운받고 메모장으로 열면 시간과 같이 자막이 나온다. 거기서 한글을 지우고 미리 번역해둔 영어자막을 맞는 자리에 넣는다. 저장할 때는 파일형식을 모든 파일로 하고 파일 제목 마지막에 .srt를.. 2021. 8. 1.
다시, 여름 엊그제 저녁, 남편과 같이 쇼파에 앉아 있는데 집이 후끈후끈했다. 베란다 수납장에 넣어둔 에어서큘레이터가 갑자기 생각났다. “오빠 우리 선풍기 꺼낼까?” 단순히 의견을 묻는 것으로도 들릴 수 있는 이 화법은 남편에게 배웠다. 이른바 ‘~ 할까? / ~ 하자’화법으로 언뜻 들으면 같이 무언가를 해보자는 것처럼 들리지만 숨겨진 의미는 조금 다르다. ‘너 ~ 해봐’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며 주로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시키고 싶을 때 완곡하게 둘러말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그래, 꺼내자.” 역시 ‘~하자’ 화법으로 받아치는 남편의 의중도 나와 같다. 이럴 땐 가위바위보가 최고다. 말을 꺼낸 사람이 이런 내기에선 꼭 지는데 내가 졌다. 작년에 샀던 에어서큘레이터를 꺼내와 전원을 켜니 이보다 시원할 순 없다. 바람.. 2021. 6. 13.
아파트 층간소음과 '이웃' 나는 어릴 때부터 단독주택에 살았다. 집 뒤에 논과 산이 펼쳐진 시골이었기에 여름밤이면 개구리가 시끄럽게 울어대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층간소음이 뭔지 몰랐던 시절이었다. 독립하며 거쳐간 고시원과 원룸의 방음 수준은 내 상황이 열악해서인지 견딜만했다. 내가 층간소음을 신경 쓰게 된 건 결혼 후 아파트에 입주하고 나서부터였다. 신축 아파트에서 처음 만난 층간소음 운 좋게도 첫 신혼집을 브랜드 신축 아파트로 들어가게 됐다. 전세이긴 했지만 우리가 첫 입주였기에 새 아파트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남편의 강력한 주장으로 그 집을 고르게 된 것인데 사실 나는 그 당시 돈을 많이 빌리는 게 부담스러워 더 저렴하고 오래된 집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지금 돌아보면 새 아파트는 좋은 선택이었다. 전세대.. 2021. 6. 12.
베란다 정원의 귀요미, 비올라 베란다 정원을 만들고 깊어진 꽃에 대한 관심 예전에는 길가에 피어 있는 꽃들에 이렇게 관심이 많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길가의 이름 모를 꽃에게도 오래 눈길을 주게 된 건,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정원을 가꾸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편의점에 가다가도 울타리 근처에 피어 있는 붉은 장미가 보이면 홀린 듯이 다가갔다. '우리 집에 있는 장미는 병충해가 심한데 저 장미들은 어쩜 저렇게 탐스러울까?' 궁금해하며 말이다. 길가 화단에서 비올라를 흔히 볼 수 있다는 것도 비올라를 키운 뒤로 알게 된 사실이다. 팬지와 비슷하지만 꽃의 크기가 더 작은 비올라는 꽃 색깔이 다양하다. 전체적인 키는 작은 편인데 비올라 꽃들이 바글바글 올라와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정말 귀엽다. 첫눈에 반했던 비올라 내가 비올라를 처.. 2021. 6. 11.
우리집 네모필라의 역사 작년 가을에 파종해서 겨울내내 아주 작았던 네모필라. 올해 봄에 드디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폭포수 같은 모습이 되었다. 그간 네모필라의 변화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천장에 압축봉을 설치하고 창가에 바짝 붙여 걸어놓았더니 햇빛이 닿는 곳에 꽃이 잔뜩 피기 시작했다. 꽃이 많이 필 때 하이포넥스를 희석해서 물 줄 때 같이 줬다. 물을 주러 내릴 때는 시든 꽃들은 따준다. 꽃이 햇빛이 비추는 방향으로만 피니 꽃의 얼굴을 제대로 정면에서 볼 수 없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어느 날은 일부러 방향을 바꿔서 걸어줬다. 걸이화분에 있다보니 흙 상태를 볼 수 없어 여러번 말렸었다. 축 늘어진 잎사귀를 보고는 '아차'하고 뒤늦게 물을 주고 물에 담궈두면 다행히도 반나절만에 다시 생기를 되찾곤 했다. 물.. 2021. 6. 9.
[요리하는 도시농부] 도시에서 텃밭가꾸기의 즐거움 요리하는 도시농부 박선홍, 나무의철학, 2016 한창 베란다 정원 가꾸기가 나의 관심 1순위였던 때, 식물 키우기에 관한 다양한 책을 찾아보았다. 책마다 각각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짜깁기 해서 허허벌판이었던 '식물 키우기'에 대해 지식을 조금씩 갖추게 되었다. 각 식물의 특성이나 물주기, 분갈이, 병해충 관리가 나와 있는 정보 위주의 책도 읽었지만 '언젠가 한적한 시골의 정원 있는 주택을 갖겠다'는 내 꿈을 이미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대리 만족하며 그런 책들을 읽고 있자면 나도 곧 꿈에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몇 년 이내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걸 다시 한번 상기하고는 김이 빠지곤 했다. 당장 경제적 여유가 없기도 했고 직장 때문에 도시를 벗.. 2021. 6. 7.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뿌리가 튼튼한 작가의 취향 에세이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신미경, 상상출판, 2020 다른 이들의 일기나 관심사를 보는 건 즐겁다. 평상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긴밀한 생각이나 고민, 다짐 등을 보며 저 사람도 그럴 때가 있구나 안심하기도 한다. 언젠가는 내가 경험했던 다양한 취미(일부는 입문만 하고 끝났던) 경험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낼 수 있지도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자유형을 배우지 못하고 끝났던 3개월짜리 수영강습이나, '30분 쉬지 않고 달리기'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던 런데이 도전, 아니면 꽤 성공적으로 즐기고 있는 영상편집 또는 정원 가꾸기 같은 소소한 취미들에 대해서 말이다. 대부분은 깊이 들어가지 않고 겉만 핥은 채 끝났지만 어쩌면 실패기로도 그것들을 한데 묶을 수 있지 않을까? 실천으로 옮겨보진 않았으니 생각만 하.. 2021. 6. 5.
[먹이는 간소하게] 소박한 음식과 함께하는 자연속 삶 먹이는 간소하게 노석미, 2018, 사이행성 너무 예쁜 책이다. 책 표지부터 간결한 그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책을 처음 본 건 몇 년 전 남해의 '아마도책방'에서였다. 동생과 함께 방문한 그곳에서 나는 다른 책에 정신이 팔려 있었고, 이 책은 동생이 구입했다. '그림 에세이'라고 표지에 적혀 있는데 처음에 언뜻 보기로는 요리책처럼 보였다. 동생의 책장에 잠들어있던 이 책을 내가 펼쳐볼 생각을 한 건 얼마 전의 일이었다. 일이 있어 남해 집에 갔고, 낮에 다른 가족들이 출근한 동안 나는 동생 방에서 혼자 뒹굴거리고 있었다. 늘어지는 오전을 보내고 나서 의욕이 다시 솟아오르고 있을 때, 책장에서 읽을 만한 책들을 골라와 바닥에 엎드렸다. 금방 볼 수 있는 간단한 책들 위주였는데, 그중에는 표지에 기가 .. 2021. 6. 2.
[서른 살의 집] 닮고 싶은 자연속의 삶 서른 살의 집 노석미, 마음산책, 2011 노석미 작가는 [먹이는 간소하게]라는 에세이 형식의 요리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동생의 책꽂이에 있던 그 책은, 몇 년 전 남해에 있을 때 동생과 함께 방문했던 독립서점 '아마도 책방'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노석미 작가가 그린 그림들과 친절하지 않은 요리법(계량이 따로 없다)이 있는 그 책은 아마도 요리 '에세이'에 더 어울리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던 책을 꺼내볼 생각을 한 건, 어떤 일 때문에 남해에 방문했던 내가 낮동안 아무도 없는 집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책 리뷰를 써야 한다는 의무감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동생의 책꽂이를 둘러보며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여러 권 꺼내 방바닥에 쌓아놓았다. 나른.. 2021. 6. 1.
[며느라기] 그 때 내 마음이 왜 힘들었을까 며느라기 수신지, 귤프레스, 2018 경상도 가부장적인 집에 태어나 자라면서 나는 생각했다. 절대 가부장적인 남자와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어릴 적부터 친가, 외가 할 것 없이 명절에는 여자들만 부엌에 모여 음식을 했다. 오빠를 비롯한 남자들은 TV 앞에 둘러앉아 있는 게 당연한 그림이었다. 나는 여동생과 함께 엄마 옆에서 잔심부름을 했다. [며느라기]에서 민사린이 시댁에서 첫 명절을 보낼 때 여자와 남자가 상을 따로 차려 먹는 걸 보고 놀라는 부분이 나온다. 바로 그게 나의 명절 풍경이었다. 대학시절 만난 남편은 가부장적인 것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결혼하고 나서도 할 줄 몰라서 그렇지(그런 거라고 믿는다), 시키면(시켜야만) 집안일도 잘했다. 하지만 결혼은 당사자 둘만의 문제가 아니란 걸, 경험하고.. 2021. 5. 31.
[아무튼, 발레] 흥미진진한 좌충우돌 발레일기 아무튼, 발레 최민영, 위고, 2018 이 책은 작년에 취미 발레를 처음 접했을 때 호기심을 가지고 읽었던 책이다. 작가의 발레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보고 있자니 나도 덩덜아 마음이 뜨거워졌더랬다. 그 마음으로, 비록 온라인 클래스였지만 취미 발레에 한 발이나마 담그게 되었다. 요샌 또 모든 것에 의욕이 낮아진 시기였기에, 발레에 대한 열정을 다시 채워보고자 발레 관련 책을 찾아 읽었다. 저번 책 리뷰 대상이었던 [발레가 내 삶도 한 뼘 키워줄까요?]를 다 읽고 온라인 발레 수업을 들었다. 최근 들어 자주 하지 않았는데, 왠지 모르게 스트레칭이 더 잘 되었다. 책을 읽고 의욕이 생겨서 그런가? 예전에도 블로그에 class 101의 발레핏 후기를 올린 후에 왠지 모르게 발레 수업이 더 재밌었던 게 기억났다.. 2021. 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