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저녁, 남편과 같이 쇼파에 앉아 있는데 집이 후끈후끈했다.
베란다 수납장에 넣어둔 에어서큘레이터가 갑자기 생각났다.
“오빠 우리 선풍기 꺼낼까?”
단순히 의견을 묻는 것으로도 들릴 수 있는 이 화법은 남편에게 배웠다. 이른바 ‘~ 할까? / ~ 하자’화법으로 언뜻 들으면 같이 무언가를 해보자는 것처럼 들리지만 숨겨진 의미는 조금 다르다. ‘너 ~ 해봐’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며 주로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시키고 싶을 때 완곡하게 둘러말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그래, 꺼내자.”
역시 ‘~하자’ 화법으로 받아치는 남편의 의중도 나와 같다. 이럴 땐 가위바위보가 최고다.
말을 꺼낸 사람이 이런 내기에선 꼭 지는데 내가 졌다. 작년에 샀던 에어서큘레이터를 꺼내와 전원을 켜니 이보다 시원할 순 없다. 바람을 맞고 있자니 이제야 여름이 된 게 실감 났다.
그러고 보니 요새 잘 때 답답한 기분이 많이 들었다. ‘이제 여름’이라는 깨달음 덕분에 그게 침구 때문이란 걸 뒤늦게 알아차리게 되었다.
면으로 된 침대 패드를 빨고 옷장에서 인견 패드를 꺼냈다. 이것도 작년에 산 것인데 몸에 감기는 느낌이 적고 닿는 부분이 시원해 쾌적한 느낌을 주었다. 베개커버도 인견으로 된 것으로 바꾸고 이불도 얇은 것으로 바꿨다. 이제 밤에 더 편하게 잘 수 있으려나.
베란다 정원은 5월이 절정이었던 듯싶다.
풍성했던 로벨리아도 점점 시들고 관심이 줄어든 걸 틈타 다시 병충해가 기승을 부린다.
그중에서도 크림손 클로버는 병충해가 너무 심해 그만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조만간 여름 맞이 베란다 정원 대정리가 필요하겠다.
본격적인 여름이 되면 나도 다시 일터로 돌아갈 것이다. 그동안 공부 많이 하고 영상도 많이 만들어 놓아야지.
이번 여름도 작년만큼 치열하고 의미 있는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일상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파트 층간소음과 '이웃' (0) | 2021.06.12 |
---|---|
베란다 정원의 귀요미, 비올라 (0) | 2021.06.11 |
우리집 네모필라의 역사 (0) | 2021.06.09 |
너무 아팠던 대상포진 치료후기 / 인생의 두번째 내려놓음 (0) | 2021.04.10 |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안한 날들 (0) | 2021.03.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