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만 해도 새로운 시작을 멋지게 해낼 줄 알았다. 이맘때쯤 되면 뭔가 가닥이 잡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제 3월 초, 나는 아직도 방황중이다.
관심분야가 너무 많고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 각 분야를 하루에 10분씩만 해보자고 다짐했었다.
하루 10분이 작은 것 같아도 모이면 큰 것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2개월을 해 본 결과, 어떤 분야에선 눈에 보일만큼의 성과가 있었지만 또 다른 분야에서는 성과가 거의 미미했다.
물론 매일 10분씩 못 한 날들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 깊게 생각해보거나 공부하지 않고 그냥 시도만 해보려고 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아직까직 큰 성과가 없다는 것에 대해 나는 조금씩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이제는 그런 생각이 든다. 너무 문어발처럼 여러가지에 신경을 분산하고 있어서 어떤 한 가지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부터라도 한 가지만 집중해서 해야할까?
나에겐 세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1. 하루 10분씩 계속 여러 분야를 시도해본다. 단, 최대한 거르지 않고 매일 하려고 추가적인 방법(장치)이 필요하다.
2.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집중해서 해본다.
3. 불안한 마음을 잊으려고 핸드폰으로 필요없는 걸 보거나 누워잔다.
2월 말부터 초조한 마음이 심해졌고 어느새 3번 상태에 접어들었다. 챌린저스로 인증해야 하는 것만 빼고, 내가 스스로 해야 하는 건 거의 안 하고 있다.
마음이 불안해서 예전에 늘 그랬던 것처럼 예능을 보고 잠시나마 현실도피를 하는 중이다.
글로 적으니 지금 내 상태가 어느 정도 객관화가 되는 것 같다.
그럼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적어도 3번은 아니라는 건 알겠다.
2개월이란 시간이 어떤 이에겐 성과를 내는 충분한 시간일수도 있지만, 내게는 아닌가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것이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결국 성과를 내기 위해서 내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기획력, 좋은 컨텐츠도 중요하겠지만 내게 당장 필요한 건 꾸준함과 완결하는 능력이 제일 필요한 것 같다.
뭐든지 처음 시작한 이틀만 솟구치는 의지는 다시 가늘어진지 오래고, 집어치워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고 있으니 말이다.
잘못된 방향을 잡고 미련하게 나아가는 건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방향을 모른다고 해서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건 더 아닌 것 같다. 그 자리에서 방향을 찾는 일에 몰두할 수도 있지만, 방향을 찾고 공부하는것 자체가 부담이 되어 오히려 그 핑계로 거기 머물러 있을 수도 있다.
방향을 몰라도 나아가다 보면, 표지판을 발견하기도 하고 막다른 곳을 마주치기도 하며 방향을 계속 수정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주어진 몇개월의 시간동안, 내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길이 아닌, 아예 모르는 길로 가보기로 했다.
그 길을 아직은 아주 조금만 나아간 게 아닐까. 표지판은 발견하지 못했다. 지금이 막다른 곳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그냥 길 위일 수도 있다.
남은 시간을 생각한다면, 나는 더 초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외면하지 말고 똑바로 마주봐야 한다. 그 불안함과 초조함이 더 속도를 내게 하는 땔감으로 쓰일 수 있도록 계속 의식해야 할 것이다.
오늘밤엔 마음을 이렇게 다잡아보지만 내일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나는 경험상 알고 있다.
내일의 내가 이 마음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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