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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언책방/책 형광펜긋기

[요리하는 도시농부] 도시에서 텃밭가꾸기의 즐거움

by 후언 2021. 6. 7.

요리하는 도시농부

 

박선홍, 나무의철학, 2016

 

한창 베란다 정원 가꾸기가 나의 관심 1순위였던 때, 식물 키우기에 관한 다양한 책을 찾아보았다. 

책마다 각각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짜깁기 해서 허허벌판이었던 '식물 키우기'에 대해 지식을 조금씩 갖추게 되었다.

각 식물의 특성이나 물주기, 분갈이, 병해충 관리가 나와 있는 정보 위주의 책도 읽었지만 '언젠가 한적한 시골의 정원 있는 주택을 갖겠다'는 내 꿈을 이미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대리 만족하며 그런 책들을 읽고 있자면 나도 곧 꿈에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몇 년 이내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걸 다시 한번 상기하고는 김이 빠지곤 했다. 당장 경제적 여유가 없기도 했고 직장 때문에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안으로나마 아파트 베란다에 여러 식물들을 들이며 먼 훗날 오게 될 미래에 대한 준비를 조금씩 해나갔다.

베란다에서 상추나 청경채, 루꼴라 같은 채소들을 키워보았지만 밭에서 키우는 것만큼 크고 튼튼하게 자라지는 않았다. 야들야들하고 아담한 크기 때문에 수확량이 많지는 않았고 키우는 즐거움에 만족해야 했다. 아무래도 베란다이기에 햇빛과 바람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던 중 들려온 솔깃한 방법이 있었으니, 바로 이 책에서 소개한 주말농장이었다.


이 책 [요리하는 도시농부]는 도시에 살면서도 주말농장을 이용해 자신만의 텃밭을 가꿀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작가는 '직접 키운 채소로 하는 요리'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주말농장 모집공고를 보게 된다. 그리고 이후 6년 동안 텃밭에서 채소들을 키우고 또 요리했던 경험들을 이 책에 담아냈다.

 

목차는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고 각 계절마다 나는 채소들이 소제목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각각의 채소마다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다.

마냥 정보 위주만의 책이 아니기에 작가의 텃밭에 대한 경험들이 쓰여 있는데 무척 재밌다.

텃밭 작물들에 대한 싱싱하고 건강한 분위기와 재밌는 글솜씨는 식욕을 돋운다.

어릴 적 추억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좋았다. 그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면 왠지 외갓집 별 많은 마당에 이모들과 엄마가 둘러앉아 도란도란 옛날이야기를 했던 분위기가 떠올랐다.

 

텃밭을 버스로 오가는 작가는 처음엔 쑥스러워 장화를 따로 챙겨 다녔다. 하지만 수확물과 같은 짐이 많아져 장화를 들고 다니는 게 번거로워지자 용기를 낸다. 장화를 신고 다니기로 한 것이다.

이후 더 자유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장화를 신기로 마음먹은 일이 농부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는 문장에 미소가 지어진다.

흔한 취미들의 장비 마련과 마찬가지로 장화는 처음엔 무난한 남색으로 시작하여 화려한 빨간색, 노란색으로 바뀐다. 찢어진 장화에도 추억이 담겨있어 버리지 못하는 그 심정이 나는 조금 이해된다.

 

이 책의 요리는 수확한 작물을 가지고 만든다.

그러다보니 왠지 마트에서 산 재료로 따라하기는 싫다.

하지만 그런 나도 따라할 수 있었던 요리가 있었으니, 바로 바질페스토 파스타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까지 바질페스토를 먹어본 기억이 없었다. (아니면 바질페스토인지 모르고 먹었거나.)

당시 베란다에 바질 화분을 들여와서 키우고 있었는데 크기가 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뭘 모르고) 잎들을 수확하여 바질페스토를 만들었다.

책의 레시피대로라면 바질 200g이 필요한데 저울이 없었다. 대충 한 줌도 안 되는 수확한 바질을 가지고 나머지 재료들의 양은 그대로 해서 만들었다. 믹서기도 없었던 때라 대신 칼로 다졌다.

완성된 나의 첫 바질페스토는 오일이 굉장히 많아 보이는 게 뭔가 이상했다. 그걸로 만든 파스타는 쓴 맛이 났고 썩 맛있지는 않았지만 남편과 나는 한 그릇을 다 비워냈다.

내 유튜브 채널에도 영상으로 남은 '바질페스토 만들기'는 지금 보면 어설프기 짝이 없어 웃음이 나온다.

지금은 바질페스토로 만든 빵이나 피자의 맛을 알고 있기에 바질페스토가 얼마나 맛있는 것인지 안다.

그때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올해 봄엔 바질을 여러 화분에 파종했다. 내 두 번째 바질페스토를 만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책을 처음 읽고 주말농장을 검색해보았으나 이미 마감되었었다.

보통 봄에 신청해서 겨울이 될 때까지 운영하는 것 같았다.

올해 봄에는 새로 이사한 곳 주변에 주말농장이 있나 찾아봤지만 없었기에 이번 연도도 노지의 텃밭을 가질 수는 없었다. 대신 아파트 베란다에서라도 소소하게 재미를 찾고 있다. 올해는 새롭게 방울토마토 씨앗을 심어서 지금은 초록색 열매가 달려있다. 조금씩 시도해본 이런 경험들이 나중 텃밭을 갖게 되었을 때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내후년에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면 또 주변의 주말농장을 찾아볼 것이다.

 

작가는 채소 일지를 쓴다. 그 기록인지 생생한 사진들도 함께 실려 있어 같이 텃밭으로 떠난 상쾌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텃밭에서 채소들을 키우는 방법과 실패 경험담도 들어 있기에 내 주말농장을 갖게 된다면 더 필요해질 책이 될 것이다.


<형광펜>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것은 우리에게 그 일을 할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 <갈매기의 꿈> 작가 리처드 바크

"길을 가다가 돌이 나타나면 약자는 그것을 걸림돌이라 말하고, 강자는 그것을 디딤돌이라 말한다." - 영국 역사가 토머스 칼라일

 

<참고>

- 상추는 씻어서 물기를 조금만 털고 봉지에 소분, 밀봉해서 냉장 보관하면 씻지 않고 보관하는 것보다 오래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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