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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자와 한 집에 산다는 것

by 후언 2022. 2. 18.
자가진단키트에 양성이 나온 남편

남편이 코로나에 걸렸다.
요즘 한창 바쁠 때라 집과 회사만 다니는 사람인데, 어느 날 갑자기 목이 아프다고 했다.
코로나가 기승인 시대이지만, 바로 옆에서 코로나가 확진된 것을 보지 못했기에 그냥 감기겠거니 생각했다.
감기도 옮을 수 있으니 방을 따로 썼고, 다음날 남편은 출근하며 코로나 자가검사 키트를 찍어봐야겠다고 말하곤 집을 나섰다.
나도 바삐 출근준비를 마치고 운전하는 와중에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나 양성으로 나와서 보건소에 PCR 검사받으러 가고 있어."

올 것이 왔구나.
믿겨지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이기도 했다.
출근하던 나는 상사에게 전화해 사실을 알렸고, 나도 코로나 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을 듣고 바로 근처 보건소로 향했다.
보건소 선별 진료소에 가서 남편이 자가진단키트에 양성이라 나도 검사하러 왔다고 말하니, PCR 검사를 바로 하지는 못하고 자가진단키트를 먼저 해보라고 했다.
검사 키트를 받아 들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검사를 진행하고 보니 결과는 음성이었다.

 

자가격리를 위한 준비

나는 출근을 했고, 남편은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한 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서 격리를 했다.
혹시나 남편이 정말 코로나 양성일지도 모르니 약국에 들러 목감기약과 종합감기약을 샀다. 지침이 바뀌어 이제는 일반대상군에게 건강관리 키트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건강관리 키트에 들어있는 약도 단순한 감기약이었다.

감기약을 사면서 목에 뿌리는 프로폴리스 스프레이도 같이 샀건만 실제로 남편은 잘 사용하지 않았다.

수분 보충을 위한 포카리스웨트, 기침에 효과적인 목캔디와 비염에 좋다는 작두콩차도 샀다. 냉동즉석밥, 고기 등 격리기간 동안 잘 먹을 수 있도록 냉장고를 채웠다.

남편의 일주일을 책임져 주었던 감기약과 작두콩차, 목캔디, 프로폴리스 스프레이, 체온계

남편과 나의 PCR 결과

하루 뒤 남편의 PCR 결과는 양성으로 나와 7일간의 격리생활에 돌입했다. 이미 하루를 격리 했으니 6일간을 추가로 격리하는 셈이었다.
마침 자가격리의 기준이 바뀐 뒤여서 3차 접종자는 확진자의 동거가족이어도 음성이 나오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남편이 확진자가 된 이후 나에게도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고,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했다. 콧구멍을 쑤시는 게 그렇게 아프다고 해서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아파서 당황스러웠고 눈물이 나왔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하루가 걸리고 그동안 집에서 격리하라고 하는데, 다행히 그날이 쉬는 날이라 집에서 꼼짝 않고 있을 수 있었다. 다음날 오전, 문자로 통보된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남편의 격리생활

남편은 안방에 격리됐다.
안방엔 화장실이 있고, 큰 창문을 통해서 베란다와도 연결된다. 구석엔 작은 원형 탁자와 의자도 하나 있어서 그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처음 이틀은 나도 휴무여서 같이 집에 있는 동안 식사를 차려줬다. 쟁반에 밥을 차려서 안방 문 앞에 두면 남편이 가져가서 먹고, 다 먹으면 또 문 앞에 내놓는 방식으로 생활했다.
원래 우리는 아침밥을 안 먹는 사람들인데, 약도 하루 세 번 먹어야 하고 몸도 아픈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삼시 세 끼를 다 차렸다.  
비타민, 프로폴리스, 마누카꿀 같은 영양제와 남편이 좋아하는 곶감도 여러 차례 안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있던 공기청정기도 안방으로 이동하고, 이참에 가습기도 구입했다. 그동안은 건조하다 싶으면 수건을 물에 적셔 널어놓았는데 실제로 확인해보니 습도가 40% 밑으로 유지되었다. 감기엔 습도를 50~60%로 유지시켜주는 게 좋다고 하고 기침을 계속하는 남편이 걱정되어 가습기를 들였다.

당장 필요한 것이라 쿠팡에서 주문했는데 다음날 바로 배송이 와서 알맞게 쓸 수 있었다.

 

내가 출근하는 날은 남편은 방에서 나와 부엌과 거실을 사용했다.

내가 집에 없을 때만 안방 밖으로 나올 수 있었으니, 마치 내가 수문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조차 자가격리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남편과 접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전화로 잘 있는지 안부를 묻고, 영상통화를 하니 마치 장거리 부부가 된 기분이 들었다.

거실에서 문을 통해 갈 수 있는 베란다가 안방 창문을 통해 볼 수 있는 구조여서, 가끔은 베란다로 가서 안방 창문을 들여다보며 잘 지내는지 확인도 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남편의 얼굴이 안쓰러워 보여 배숙을 끓여줬다. 배속을 동그랗게 파내고 잘게 자른 생강과 배, 꿀을 넣은 뒤 찜통에서 1시간 정도 찌는 정성스러운 과정을 거쳤지만 남편은 썩 좋아하지 않았다.

 

코로나에 걸린 남편의 증상

오미크론은 인후두쪽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던데, 남편의 증상도 딱 그랬다.
처음엔 목이 아프다가 기침이 계속 나오더니 몸살 기운도 조금 있다고 했다. 밖에서 하는 발열 체크가 무색하게도, 열은 나지 않았다.
깨어 있으면 기침이 자꾸 나고 괴로워서 격리돼 있는 동안 많이 잤고, 목캔디도 물고 있으면 기침 억제에 효과가 있어 도움이 됐다고 한다.
약국에서 샀던 목감기약을 먹으며 3일 정도 지나니 증상은 거의 사라졌다가 다시 기침이 있어 약을 한 번 더 사다 줬다.


남편은 최근엔 쉬는 날이 거의 없이 일했으니 모처럼 찾아온 이런 기회(?)가 반가울 만도 한데, 심정을 물어보니 매우 심심해서 얼른 출근하고 싶다고 했다.
역시 ESTP임에 틀림없다.

 

자가격리 6일째부터 증상은 모두 사라졌고 7일이 지나 자정을 넘기는 순간부터 남편의 자가격리는 해제가 됐다. 따로 검사할 것 없이 다시 일상생활을 이어나가면 되지만 남편은 다시 자가키트검사를 해봤고 결과는 음성이 나왔다.

 

남편과 나의 백신 이력

코로나 확진자와 한 집에 살았지만 다행히 나는 아무 증상도 없었다.
남편이 목 아프다고 할 때 같이 마주 보고 앉아 저녁도 먹었지만 걸리지 않았다.
남편은 얀센 접종 후 1월에 화이자로 추가 접종했고, 나는 화이자로 3차까지 접종했다.

면역력의 차이인 것인가.

 

자가격리 지원물품

확진된 후 이틀 뒤, 집으로 택배가 왔다.
자가격리 지원물품으로 6개짜리 물과 즉석밥. 라면, 참치캔, 김 등이 들어있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같이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경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았다.


확진자가 무섭게 늘어나고 있는 지금, 방역지침도 어느 정도 완화되어 코로나는 언제든지 누구라도 걸릴 수 있다.
갑자기 코로나에 확진되면 당장 격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평소에 종합감기약과 목캔디 정도는 구비해놓는 게 좋겠다.
한동안 영양제 챙겨 먹는 게 뜸했는데, 요즘은 경각심이 생겨 다시 매일매일 챙겨 먹고 있다.

 

남편은 후유증 없이 다 나았고 다시 평범한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니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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