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항상 하고 싶었고 해야 한다고 마음 한 구석에 있던 일이다.
하지만 책상에 앉아 막막한 빈 공간을 채울 생각을 하면(진짜 자리에 앉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하는 걸 생각만 하는 것이다) 너무 어려운 느낌이 들었다. 시도도 해보지 않고 시간만 흘렀다.
지금은 시간적 여유가 많아 글쓰기를 시작할 최고의 시기이다. 그럼에도 한 번 해보려고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챌린저스에서 '매일 한 가지 질문에 답하기'란 챌린지를 신청했다.
평일 매일 주어지는 다른 질문에 2줄 이상 답해서 인증해야 한다.
월요일의 글쓰기
이번주 월요일에 처음 시작을 했다.
그 날은 오전부터 예상치 못한 일에 기분이 나빴다. 의지와 의욕이 바닥이 나고 오후 4시쯤 나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을 습관적으로 보다가 오늘 인증해야 할 챌린지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봤다.
'아 맞다. 오늘부터 질문에 답하는 챌린지를 해야 하지.'
지금 당장 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오늘 질문을 뭔가 하고 일단 봤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이 마법같은 질문 하나가 이후 내 기분 상태를 바꿨다.
아침을 떠올리니 갑자기 즐거워져 적기 시작한 월요일의 대답.
오늘 하루를 어떻게 시작했나요?
기분이 안 좋아서 잠시 누워서 자려고 했는데, 인증이 뭐 남았나 챌린저스에 들어와 확인하다가 오늘의 질문을 보게 됐다.
오늘 아침을 떠올리니 그 의욕넘쳤던 기분이 떠올라 바로 이 글을 쓰고 싶어졌다.
오늘 아침엔 6시에 일어나 마보 어플로 명상을 했다. 오늘은 남편도 같이 일어나 공부했다. 책상에 마주보고 앉아 있으니 내 명상도 더욱 잘 됐다.
책을 읽고, 강아지 고양이를 챙겨준 뒤(배변판 청소, 밥주기, 물 새로 갈아주기, 고양이화장실 체크) 홈트레이닝을 할까 하다가 창 밖을 봤다.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 살짝 비치는 햇빛이 아름다워 오늘의 바다가 궁금해졌다.
런데이 어플로 달리기를 하러 나가려고 무선이어폰을 찾는데 보이지 않았다. 내가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니 강아지가 내 옆에 와서 친한 척을 한다.
이어폰이 없으니 산책이나 갈까 하고 둘이서 집을 나섰다. 처음 가보는 길을 조금 걷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제야 이어폰을 어디에 뒀는지 생각났다. 아직 8시 전이라 달리러 나가기로 했다.
내 다짐에 박수를 보내는 듯 방파제길은 아름다웠다.
먹구름 낀 하늘 사이엔 용오름이 비쳤다. 푸른 바다는 반짝반짝 빛나서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다.
아직 인증할게 여럿 남은 시간이고 스케쥴러에도 오늘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생각지 못했던 일에서 생겼던 오후의 스트레스가 아침 커피로 깨웠던 내 의욕을 무너뜨린 참이었다.
이런 상태라면 부담으로 다가왔을 법한 챌린지가 이 질문 하나로 내 마음상태를 바꾼다.
이 챌린지, 참 잘 신청했다.
내일 질문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를 두근두근하게 만들 것 같아 설렌다.
화요일의 글쓰기
나의 건강상태를 1-5로 나타낸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음, 지금 나의 건강 상태는 3정도이다.
특별히 건강하지도, 막 건강이 나쁘지도 않은 것 같다.
건강상태를 크게 4가지로 측정해볼 수 있겠다.
첫째, 어딘가 아픈 곳은 없는지.
내 몸의 고질적인 문제는 척추측만증이다. 그 외엔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
둘째,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있는지.
예전엔 라면을 그렇게 좋아해서 일주일에 3번은 라면을 끓여먹어도 안 질릴 정도였다.
지금은 이사 후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해 하루종일 집에 있다.
세 끼(아침을 안 먹으니 실은 두 끼)를 내가 스스로 챙겨먹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는데, 전보다 조금은 더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고 실천중이다.
레시피를 보고 시금치프리타타를 해먹기도 하고, 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다만 수입이 없는 상태이다보니 장을 보는데 부담을 느껴 되도록 적은 재료로 음식을 한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을 먹는 편인데, 지금은 직장다닐 때보다 스트레스가 아주 적어 식욕도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전보다 더 건강한 음식을 먹기는 해도 균형잡힌 식단인지 의문스럽고 제 때에 챙겨먹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아주 좋은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셋째, 운동을 하고 있는지.
발레홈트를 주4일 챌린저스의 도움을 받아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 지금은 코어운동과 스트레칭 위주로 하고 있는데 아주 미세하게 유연해지고 있는 걸 느낀다.
가끔 달리기를 하러 나가기도 한다. 잠시 중단했던 런데이를 처음부터 다시 하고 있다.
특별히 운동을 해서 더 건강해지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시간과 강도가 약해서 그런지) 꾸준히 습관으로 자리잡으면 더 많은 시간과 강도를 운동하는데 쏟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넷째, 정신건강은 양호한지.
백수일 때 가장 중요한게 정신건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기 전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 여러 장치를 마련해뒀다. 챌린저스에 아침기상, 명상, 책읽기, 홈트 등 건강상태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챌린지들을 잔뜩 신청해놓고 실행중이다. 사소한 것들이라도 매일 약속을 지키고 완료해나가니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가도 다시 반짝 하고 생긴다.
지금은 돈을 벌고 있지 않아서 두려움이 있다. 이 두려움이 내 건강상태에 조금씩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5중에 3정도가 내 건강상태이다.
수요일의 글쓰기
오늘 나에게 동기를 부여 해준 일은?
오후에 20분 거리의 도서관을 차로 갔다오면서 오늘 나에게 동기를 부여 해준 일이 뭐 있었나 생각해봤다. 나를 일으켜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도서관으로 가게 해 준 일.
잠깐 동안 핸드폰만 볼 자유시간이 있었는데, 습관적으로 인터넷에 들어가 네이버 메인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다행히 너무 깊이 빠지기 전에 매일 10분 책을 읽는 챌린지가 생각이 났다. 10분동안만 읽으면 되니 부담도 없다. 리디북스에 들어가 요즘 읽고 있던 책을 읽기 시작했다.
[회사 말고 내 콘텐츠]라는 책인데, 읽으면서 형광펜을 굉장히 많이 그었다. 별 기대 없이 보았는데 지금 나에게 필요한 알짜배기 조언과 뼈때리는 말이 가득했다.
“시도하면 경험이지만, 지속하면 경력이 된다는 말처럼 무언가를 지속하는 건 굉장한 자산이 된다. ... 무언가를 지속했을 때, 그것이 언제나 성취나 성공으로 남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속하면서 생긴 근육이 남는다.”
내가 시도하고 있는 일들의 성과가 보이지 않아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 말들이 위로가 됐다. 그리고 계속 시도할 용기를 얻었다. 이 맛에 자기계발서를 계속 읽고 있는 요즘이다.
목요일의 글쓰기
의욕 넘치게 글을 마무리 했지만 실제로 여기 적힌 하고 싶은 일을 다 못 했다.
진짜 하루가 한 시간이 늘어나야 할 일인가 보다..
오늘 하루가 한 시간 늘어난다면 무엇을 하실건가요?
아직 오늘 하루가 8시간정도 남았다.
한 시간이 더 늘어난다면 유튜브 동영상 영어자막을 만들고 싶다.
일주일 전부터 해야지 하고 생각만 했는데 아직 못 했다.
막상 시작해보면 얼마 안 되어 끝낼 수 있는 일인데 늘 그렇듯이 시작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내일 심을 꽃씨를 물에 불리고, 쓰고 싶은 글의 개요도 적어보고 싶다.
이렇게 적어보니까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들이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적지 않았다면 저녁 먹기 전까지 그냥저냥 시간을 보내고 저녁시간도 별 일 없이 흘려버렸을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끝내고 바로 글 개요부터 적어봐야지! 그 일은 실은 미루고 미룬지 2달이 다 되어간다. 그렇지만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매일 오후에 적어보면 우선순위를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금요일의 글쓰기
이번주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이번주를 돌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방파제를 달렸던 일, 세면대 누수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 건식욕실 완성, 영어책을 외우기 시작한 것 등.
실업급여를 신청하는데 해야 할 일도 여럿 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아무래도 어제와 오늘 조카가 왔다갔던 일이다.
4살 된 조카는 이제 제법 의사표현을 잘 한다. 얼마전까진 먼 거리에 있어 영상통화만 했으나 이제 한시간 거리로 이사와서 언제든 만날 수 있다.
영상통화만 할 때는 귀엽고 예쁜 모습만 보다가 하루 종일 같이 있으려니 첫날엔 조금 힘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왜 힘들까 생각을 글로 정리해봤다.
우리집엔 9살 된 예민하고 겁 많은 요크셔테리어 강아지가 있는데 어린아이를 무서워하는 기색이라 둘이 같이 있을 때 불안한 마음이 컸다. 조카가 혹시라도 갑자기 다가가면 물려고 하는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사람을 문 적은 없지만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조카가 겁을 먹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을 때 칼이나 뜨거운 그릇 같은 위험한 물건에 손대지 않는지, 의자에 잘 못 기대서 떨어지지는 않는지 챙겨봐야 했다.
평소엔 무의식으로 날려보냈을 의식의 80%정도는 조카를 계속 신경쓰고 있었던 것 같다.
언니에게 평소에도 계속 조카를 신경쓰고 있냐고 물어보니 20~30%정도는 신경이 계속 가 있다고 했다.
둘째날엔 조카에게 신경쓰는 걸 조금 줄였다.
조심성 많은 조카와 내 강아지가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시작해서 그럴 수 있었다.
그래서 둘째날엔 덜 힘들었고 그만큼 조카와 더 잘 놀아줄 수 있었다.
힘든 마음이 들었을 때 처음엔 ‘내 조카인데 잘 놀아주고 귀여워 해줘야지, 힘들어하면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가 힘든지 천천히 글로 적으며 생각의 정체를 파악하고 보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아직 아이를 가질 계획은 없지만 나중에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매일 질문에 답하기 챌린지가 한 주 더 남았다.
조금의 시간만 내면 금방 답할 수 있고 그 때의 감정과 상황들은 글로써 내 메모장에 남는다.
글쓰기를 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실행력이 부족할 때 시작하기 좋은 챌린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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