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젠가 전원주택에서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는 꿈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작년부터 베란다에 작은 정원을 마련해 가꿔오고 있다.
이 글은 이사 후 새 베란다에 관한 이야기다.
동남향 반그늘 베란다의 충격
내가 이사 갈 집을 처음 보러 온 시각은 오전 10시쯤이었다.
10년쯤 된 아파트라 인테리어가 오래되어 보였다. 하지만 이전 집보다 더 넓은 거실과 베란다에 햇볕이 많이 드는 점이 좋았다.
다만 길 건너 조금 멀리 보이는 모텔 뷰가 살짝 마음에 안 들었을 뿐이었다.
이사 후 짐정리를 하다가 오후 2시가 됐을 무렵, 환하던 집이 갑자기 어둑어둑해졌다.
"왜 이렇게 어둡지? 날씨가 흐린가?"
창 밖으로 보이는 날씨는 맑고 구름이 없었다. 알고 보니 우리집은 동남향이었고, 더군다나 2시쯤 해가 지나는 곳에 건물이 위치해 해를 가렸다.
생각해보니 집을 보러 왔을 때 방향을 안 살폈다는 걸 깨달았다. 급하게 매물이 나와서 급하게 보러 왔다가 해가 잘 든다는 부동산과 세입자의 말만 듣고 덜컥 계약을 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방문했던 오전 시간에는 해가 잘 들었으니.
새 집의 베란다가 넓어서 식물들을 더 많이, 잘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신나했던 나에게 충격적인 일이었다.
오후엔 그늘이 지는 반그늘 베란다를 갖게 된 것이다.
이전 집은 베란다가 아주 좁았지만 정남향에다 고층에 위치해 가릴 것이 없었던 터라 하루 종일 해가 들었다.
한겨울에 이사하느라 몇몇 식물을 떠나보낸 마당에 햇빛마저 부족하다니, 베란다 정원 가꾸기의 험난함이 예상되었다.
그렇지만 정원에 대한 내 애정과 욕심은 다시 생각해도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
지금은 식물들이 많지 않으니 일단은 가지고 있는 식물조명을 잘 이용해보기로 했다.
사용 중인 식물등
예전부터 사용하고 있던 식물등은 2개이다.
처음에 산 건 led 전구였는데 왠지 식물이 더 잘 자랄 것 같은 보라색 조명으로 샀었다.
이케아 레르스타 장스탠드에 끼워서 사용 중이다. 타이머도 같이 사서 아침 6시에 불이 켜지고 저녁 6시에 알아서 꺼지도록 해놓았다. 이 조명을 들였을 때는 상추를 키우고 있었는데 효과를 바로 실감했다. 이 조명 아래에 있던 상추들은 쑥쑥 자라서 수확해 먹었다. 아쉬운 점은 보라색 조명을 켜 놓으면 사진을 찍을 때 보랏빛이 돌아 조명을 끄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냥 볼 때도 보라빛이 예뻐 보이진 않았다.
두 번째로 마련한 조명은 led 바 형태로, 집게가 있어 선반에 쉽게 설치했다. 이건 자체에 타이머가 있어 6시간, 8시간, 12시간 중에서 선택하여 켜 놓을 수 있다. 흰색 조명이라 보랏빛보다 훨씬 예뻐 보인다.
지금은 이 두 개의 식물등을 잘 활용하고 있는데, 나중에 부족하면 식물등을 더 마련해야 될 것 같다.
식물등을 검색해보니 내가 갖고 있는 형태 말고도 led 바가 여러 개 이어져 있는 형태도 있다.
다음에 산다면 그런 형태의 조명을 살 예정이고, 불빛은 보라색보다 흰색이 훨씬 나은 것 같다. 지금 쓰고 있는 보라색 조명을 다 쓰게 되면 꼭 흰색 조명으로 바꿀 거다.
베란다 온도와 환기
내가 사는 곳은 남쪽 지방이라서 따뜻한 편이다. 베란다에 시각, 습도, 온도가 표시되는 전자시계를 두고 체크해봤다.
낮에는 창문을 열면 12도씨 전후 정도로 유지되고 추운 날 낮에 창문을 오래 열어놓으면 9도까지 떨어지는 걸 봤다.
낮에 창문을 닫으면 제법 따뜻해서 16도 전후이다.
밤에는 창문을 무조건 닫고 있는데 10도씨 전후로 유지되었다.
자주 방문하는 식물 키우는 블로그에서 겨울밤을 양초로 버틴다는 뉘앙스의 글을 읽었는데, 확실하게 쓰여있지는 않았다.
'양초를 켜 두면 베란다 온도가 올라가나?'
궁금증을 핑계로 이케아에서 작은 양초와 캔들홀더를 사 왔다.
그날 밤 양초를 잠시(10분 정도) 켜 두는 동안 온도가 2도씨쯤 올라갔다.
'사람이 있어서 온도가 올라갔나?'
싶기도 했지만, 어쨌든 올라가더라. 궁금증 해결!
양초를 사람 없을 때 그냥 켜 두지는 않고, 불멍 할 때만 잠시 켜고 나올 때는 껐다.
식물을 키울 때는 환기가 중요한데, 지금은 겨울이라 낮 동안 몇 시간만 창문을 열어서 환기시킨다.
보통 9시쯤 창문을 열고 오후 2~3시쯤 창문을 닫았다.
지금 베란다에 있는 식물들이 특별히 까다롭지 않아서 큰 문제는 없다.
날이 더 따뜻해지면 창문을 더 오래 열고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채소 씨앗도 뿌려놓고, 마트에서 흙대파도 한 단 사서 뿌리쪽을 잘라 흙에 심었다.
작년에 심었던 비올라와 로벨리아가 꽃 피기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집 베란다 정원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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