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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반그늘 동남향 베란다에서 식물 키우기

by 후언 2021. 2. 7.

나는 언젠가 전원주택에서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는 꿈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작년부터 베란다에 작은 정원을 마련해 가꿔오고 있다.

이 글은 이사 후 새 베란다에 관한 이야기다.

 

동남향 반그늘 베란다의 충격

새 베란다정원. 남동향이지고 건물이 가려서 오전밖에 해가 안 드니 반그늘 베란다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이사 갈 집을 처음 보러 온 시각은 오전 10시쯤이었다.

10년쯤 된 아파트라 인테리어가 오래되어 보였다. 하지만 이전 집보다 더 넓은 거실과 베란다에 햇볕이 많이 드는 점이 좋았다.

다만 길 건너 조금 멀리 보이는 모텔 뷰가 살짝 마음에 안 들었을 뿐이었다. 

 

이사 후 짐정리를 하다가 오후 2시가 됐을 무렵, 환하던 집이 갑자기 어둑어둑해졌다.

"왜 이렇게 어둡지? 날씨가 흐린가?"

창 밖으로 보이는 날씨는 맑고 구름이 없었다. 알고 보니 우리집은 동남향이었고, 더군다나 2시쯤 해가 지나는 곳에 건물이 위치해 해를 가렸다. 

생각해보니 집을 보러 왔을 때 방향을 안 살폈다는 걸 깨달았다. 급하게 매물이 나와서 급하게 보러 왔다가 해가 잘 든다는 부동산과 세입자의 말만 듣고 덜컥 계약을 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방문했던 오전 시간에는 해가 잘 들었으니.

새 집의 베란다가 넓어서 식물들을 더 많이, 잘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신나했던 나에게 충격적인 일이었다.

오후엔 그늘이 지는 반그늘 베란다를 갖게 된 것이다.

 

이전 집은 베란다가 아주 좁았지만 정남향에다 고층에 위치해 가릴 것이 없었던 터라 하루 종일 해가 들었다.

한겨울에 이사하느라 몇몇 식물을 떠나보낸 마당에 햇빛마저 부족하다니, 베란다 정원 가꾸기의 험난함이 예상되었다.

그렇지만 정원에 대한 내 애정과 욕심은 다시 생각해도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

지금은 식물들이 많지 않으니 일단은 가지고 있는 식물조명을 잘 이용해보기로 했다.


사용 중인 식물등

예전부터 사용하고 있던 식물등은 2개이다. 

처음에 산 건 led 전구였는데 왠지 식물이 더 잘 자랄 것 같은 보라색 조명으로 샀었다.

이케아 레르스타 장스탠드에 끼워서 사용 중이다. 타이머도 같이 사서 아침 6시에 불이 켜지고 저녁 6시에 알아서 꺼지도록 해놓았다. 이 조명을 들였을 때는 상추를 키우고 있었는데 효과를 바로 실감했다. 이 조명 아래에 있던 상추들은 쑥쑥 자라서 수확해 먹었다. 아쉬운 점은 보라색 조명을 켜 놓으면 사진을 찍을 때 보랏빛이 돌아 조명을 끄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냥 볼 때도 보라빛이 예뻐 보이진 않았다.

 

보라빛 조명 식물등
이케아 레르스타 장스탠드에 끼워서 사용중이다.

두 번째로 마련한 조명은 led 바 형태로, 집게가 있어 선반에 쉽게 설치했다. 이건 자체에 타이머가 있어 6시간, 8시간, 12시간 중에서 선택하여 켜 놓을 수 있다. 흰색 조명이라 보랏빛보다 훨씬 예뻐 보인다.

 

LED 바 형태의 식물등
LED 바 형태의 식물등. 등부분을 확대
타이머도 설정할 수 있다

지금은 이 두 개의 식물등을 잘 활용하고 있는데, 나중에 부족하면 식물등을 더 마련해야 될 것 같다.

식물등을 검색해보니 내가 갖고 있는 형태 말고도 led 바가 여러 개 이어져 있는 형태도 있다.

다음에 산다면 그런 형태의 조명을 살 예정이고, 불빛은 보라색보다 흰색이 훨씬 나은 것 같다. 지금 쓰고 있는 보라색 조명을 다 쓰게 되면 꼭 흰색 조명으로 바꿀 거다.


베란다 온도와 환기

내가 사는 곳은 남쪽 지방이라서 따뜻한 편이다. 베란다에 시각, 습도, 온도가 표시되는 전자시계를 두고 체크해봤다.

낮에는 창문을 열면 12도씨 전후 정도로 유지되고 추운 날 낮에 창문을 오래 열어놓으면 9도까지 떨어지는 걸 봤다. 

낮에 창문을 닫으면 제법 따뜻해서 16도 전후이다. 

밤에는 창문을 무조건 닫고 있는데 10도씨 전후로 유지되었다. 

 

자주 방문하는 식물 키우는 블로그에서 겨울밤을 양초로 버틴다는 뉘앙스의 글을 읽었는데, 확실하게 쓰여있지는 않았다.

'양초를 켜 두면 베란다 온도가 올라가나?'

궁금증을 핑계로 이케아에서 작은 양초와 캔들홀더를 사 왔다.

그날 밤 양초를 잠시(10분 정도) 켜 두는 동안 온도가 2도씨쯤 올라갔다.

'사람이 있어서 온도가 올라갔나?'

싶기도 했지만, 어쨌든 올라가더라. 궁금증 해결!

양초를 사람 없을 때 그냥 켜 두지는 않고, 불멍 할 때만 잠시 켜고 나올 때는 껐다.

 

이케아 로테라 캔들홀더. 불멍타임

식물을 키울 때는 환기가 중요한데, 지금은 겨울이라 낮 동안 몇 시간만 창문을 열어서 환기시킨다.

보통 9시쯤 창문을 열고 오후 2~3시쯤 창문을 닫았다. 

지금 베란다에 있는 식물들이 특별히 까다롭지 않아서 큰 문제는 없다.

날이 더 따뜻해지면 창문을 더 오래 열고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채소 씨앗도 뿌려놓고, 마트에서 흙대파도 한 단 사서 뿌리쪽을 잘라 흙에 심었다.

작년에 심었던 비올라와 로벨리아가 꽃 피기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집 베란다 정원 이야기 끝.

 

마트에서 한 단 사다가 밑부분을 잘라 심은 대파가 이만큼이나 자랐다.
로벨리아와 비올라는 언제쯤 꽃이 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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