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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이사 후 인테리어에 대한 마음가짐

by 후언 2021. 1. 16.

저번주 이사를 마치고 짐 정리는 대략 다 끝냈다.

지은지 10년 정도 된 아파트라 모든 게 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전세이기 때문에 입주청소만 하고 그대로 살기로 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내 취향대로 꾸미는 일만 남았다.

 

인테리어에 대한 고민

이사하는 동안 미니멀라이프에 관한 책을 읽었다. 

책 제목은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집안일이 귀찮다니, 내 얘기 아닌가? 미니멀리스트가 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집안일뿐만 아니라 새 집의 인테리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나를 옭아매고 있을 때였다.

 

2021/01/15 - [후언책방/책 형광펜긋기] - 나만의 미니멀라이프 방식을 찾을 수 있는, 귀여운 일러스트 가득한 책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나만의 미니멀라이프 방식을 찾을 수 있는, 귀여운 일러스트 가득한 책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에린남, 상상출판, 2020 미니멀리즘 바람이 불기 시작한지 오래 되었다. 몇 년 전 관련 책을 여러 권 읽고 이런 삶도 있구나 새로워하고 자극도 받

huchidongha.tistory.com

이사 전 집을 체크하러 왔을 때는 거슬리는 것이 아주 많았다. 중문 유리에 박힌 꽃무늬 문양부터 나무 테두리로 장식된 아트월도, 옵션이었던 오래된 식탁의자도(거슬렸지만 필요했기에 그냥 쓰기로 했다), 꽃무늬 음각의 천장등도, 약간 연두빛이 도는 싱크대도, 주광색(일반적으로 가정집에서 많이 쓰는 하얀색 조명) 조명도.

이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을 어떻게 가려볼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시트지를 붙여볼까, 의자커버를 사서 씌울까, 예쁜 조명으로 바꿔볼까..'

 

완벽한 인테리어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미니멀라이프 책을 읽고 나서 그냥 두기로 했다. 

"최소한의 물건만으로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 집을 완벽하게 꾸미고 싶어 하는 것은 완벽한 욕심이었다. ... 다시 정신을 차렸다. 존재만으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 천장 조명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중 -

나름대로 미니멀라이프를 해오고 있던 저자는 인터넷에서 다른 미니멀리스트들을 보고는 그동안 잘 사용하고 있던 쇼파를 비울까 고민하고, 마음에 안 드는 조명들을 다 바꿀까 고민을 한다. 그러다가 깨닫는다. 미니멀라이프엔 정답이 없고 잘 할 필요도 없다고. 잠시 누워서 편안히 쉬는 공간인 쇼파는 꼭 비울 필요가 없고,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조명은 꼭 바꿀 필요가 없다고. 

 

그래, 우리집도 인테리어가 완벽하지 않으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테리어에도 정답은 없다.

 

완벽함을 버리니 마음이 편해졌다.
식탁 다리에 흠집이 좀 있으면 어떻고 식탁의자가 올드해보이는 건 뭐 어때. 앉을 때 편안하니 됐지.

천장 조명들은 바꾸지 않고, 수명이 다 되어 불이 나간 전구만 새로 전구색(노란색) 전구로 구입해 바꾸기로 했다.

욕실의 등은 커버를 벗겨보니 2개의 전구를 꽂을 수 있게 돼 있는데, 불이 나간 전구 하나를 빼고 새로 구입한 노란색 led전구를 끼웠다. 오히려 전구색으로만 밝혀지는 노란빛보다, 노란색과 흰색이 적절히 섞인 분위기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안방 화장실의 조명 커버를 벗긴 모습. 기존에 있던 왼쪽 조명이 나간 상태여서 새로 산 노란색 led전구로 바꿔 끼웠다. 오른쪽은 기존에 끼워져 있던 주광색 삼파장전구이다.
완전 노란색도 아니고 완전 흰색도 아닌 분위기가 아늑하다.

 

완벽한 인테리어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새로 주문한 물건들도 굉장히 많다.

그래도 그 전에 계획한 것들을 반 정도는 버린 게 어딘가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최대한 가지고 있는 걸 활용하여 천천히 내 취향에 맞는 집으로 바꿔나갈 것이다.

 

안방의 큰 창문 너머로 보이는 베란다. 남동향이라 해가 종일 들지는 않지만 앞으로 이 곳을 꾸며나갈 생각을 하니 즐겁다.

그게 앞으로의 인테리어에 대한 내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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