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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 101 발레 홈트레이닝 / 렛츠발레핏 후기 (1)

by 후언 2021. 2. 23.

"와! 오늘 좀 더 늘었네!"

매트에 누워 햄스트링 스트레칭을 하다가 평소보다 더 잘 되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거울을 보니 다리 각도가 90도를 조금 더 넘었다. 내가 이 정도까지 되다니, 감격스러워 웃음이 났다.

 

나는 요즘 클래스 101에서 렛츠발레핏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다.

이 강의를 신청한 지는 오래 되었으나 늘 그렇듯 초반에만 매일 하다가 어느새 잊고 방치해뒀는데, 올해 초부터 챌린저스의 힘을 빌려서 꾸준히 따라 하고 있다.

1월엔 챌린저스의 홈트 챌린지를 주 4회 15분 이상씩 했는데, 딱 주 4회만 하고 그 이상은 안 하게 되더라.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매일 10분 이상씩 하는 챌린지로 갈아탔다.

 


나는 원래 아주 뻣뻣한 사람이다. 

선 자세로 손을 바닥에 짚는 것도 겨우 손끝만 닿는 정도이고 다리찢기는 엄두도 못 낸다. 아킬레스건도 짧아서 남들 다 되는 쪼그리고 앉는 자세도 되지 않는다(바닥에 쪼그리고 앉았을 때 한 쪽 무릎을 바닥에 딛지 않으면 넘어지는 사람들은 발목 뒤에 있는 아킬레스건이 짧아서 발목이 많이 굽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두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 앉는 자세에선 허리를 똑바로 세울 수 없었다. 이 이유는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허벅지 뒤쪽의 햄스트링이 짧아서 그렇다고 한다.

 

그런 내가 갑자기 발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몇 년 전 [썸바디]라는 연예 프로그램을 보면서 였다.

춤 추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나와 커플을 이루는 프로그램인데, 처음 만난 자리에서 춤을 추며 자신을 소개한다. 그때 발레리나 이주리님의 춤이 아주 인상 깊었고 너무 예뻐 보였다. 이후에도 미션처럼 춤추는 뮤직비디오를 찍게 되는데, 모든 영상에서 발레 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물론, 남자들의 모든 관심을 받는 주인공이라서 더 후광이 빛나 보였을 수도 있다.

그때 발레가 정말 아름답다는 걸 느꼈지만 내가 직접 해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래도 홈트에 대한 관심은 많은 편이어서 집안에서 핏데이 어플로 맨몸 운동도 하고, 필라테스 홈트 강의도 신청해서 들었으나 의지가 약한 나는 언제나 그렇듯 나중엔 흐지부지해지기 일쑤였다. (실제로 클래스 101에서 들었던 필라테스 강의는 완강하지 못하고 기간이 끝나고 말았다.. 내 돈..) 

 

그래서 생각을 해봤다.

'계속하지 못하는 건 재미가 없어서가 아닐까? 재미있을 만한 홈트는 뭐가 있을까?'

그때 발견한 게 렛츠발레핏이었다. 발레라는 춤을 배우는 거니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았다. (재미있긴 했지만 결국 지속하게 한 건 재미가 아니라 돈을 걸었기 때문이라는 게 나중에 밝혀졌다.)

그리고 필라테스 같은 경우 살을 빼는데 더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원래 마른 편이라 거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발레는, 모든 발레리나들이 다 아주 말랐지 않은가! 살을 빼는 게 렛츠발레핏의 목적은 아닐 것 같았다. 강의 소개를 찬찬히 읽어보니 체형교정도 중요한 부분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척추측만증이 있고 말린 어깨를 가진 나로서는 춤을 배울 수 있으며 자세교정을 할 수 있는 발레가 운명처럼 다가왔다. 

 

강의를 신청하고 장비부터 마련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많이 비싸지 않은 가격에 발레복과 스타킹을 파는 곳이 있었고 '예쁜 옷을 입어야 운동할 맛이 난다'라고 굳게 믿었기에 결제를 했다.

초반에 열심히 하다가, 근력운동 부분이 너무 힘들어서(커리큘럼 초반 부분이었는데도!) 하기가 싫어졌고 한동안 안 했다. 그리고 올해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다.


1월 한 달 동안은 코어운동과 스트레칭 강의만 계속 반복해서 따라 했다. 뒷부분은 엄두가 안 났다.

강의는 자세를 설명해주는 부분과 음악에 맞춰 같이 따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익숙해진 후에는 음악에 맞춰서 하는 부분만 진행했다. 두 강의를 그렇게 따라 하면 30분쯤 되었다.

 

그렇게 꾸준히 주 4회씩 하다 보니까 어느새 아주 힘들었던 부분도 할 만하게 느껴지고 운동하는 시간도 금방 지나갔다.

특히 놀라운 건, 누워서 두 다리를 90도로 쭉 뻗는 게 전혀 안 되던 나인데, 이제 그게 된다는 것이다!

누워서 다리 한쪽을 쭉 펴서 머리 쪽으로 잡아당기는 동작인 햄스트링 스트레칭은 밴드를 발에 걸어서 진행했는데, 처음엔 그냥 90도로 뻗는 것조차 너무 아팠으나 지금은 90도보다 쪼끔 더 각도가 늘어나게 됐다. 동작을 하면서 점점 늘어나는 게 느껴져서 무척 신기했다.

아직 사이드 스플릿(옆으로 다리 찢는 것)에서 골반을 세우는 것도 힘들기는 하나 처음보다는 나아졌다.

 

홈트 챌린지를 진행하며 15분 이상만 하자고 마음먹고, 제일 쉬운 두 강의(나한텐 쉽지 않으나 강의 커리큘럼상 기본적인)만 계속 반복하면서도 '나는 언제 저 뒤쪽 강의를 듣지? 이래서 진짜 발레는 언제 배우지?' 하고 회의감이 든 적이 있었다. 

그런데 발전한 게 느껴지니 굉장히 뿌듯했다. 

 

저번 주에는 드디어 스트레칭만 하는 걸 벗어나서 근력운동 강의를 들었다. 복부에 근육이 없는 나는 누워서 두 다리를 올렸다 내리는 동작을 하나만 해도 배가 찢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어쨌든 했다. 그리고 이틀간 근육통이 왔다.

그다음엔 더 심화된 근력운동 강의를 도전했지만 초반에 포기하고 다시 그 앞 강의로 돌아왔다.

오늘은 근력운동 강의를 세 번째로 반복해서 들었는데 처음보다 쪼금 더 쉬워졌다. 진짜 하는 만큼 느나 보다.

당분간은 이 근력운동 강의만 계속 들을 예정이다.

 

렛츠발레핏 푸름쌤 강의는 아직 다 듣지는 못했지만 설명 정말 차분히 잘해주시고 같은 동작이라도 아주 뻣뻣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되는지도 알려준다. 아주 유연하고 우아한 푸름쌤을 매일 보다 보니 점점 팬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자기 전에 20분 정도 힐링 스트레칭하는 강의도 있는데 거기 나오는 말린 어깨 스트레칭은 진짜 시원하다. 내 말린 어깨도 언젠간 펴지지 않을까 기대를 갖고 있다.

나는 전신거울을 보면서 최대한 선생님 말씀대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만큼 몸이 안 따라준다. 홈트를 하면 자세를 바르게 하고 있는지 궁금할 수도 있는데, 나는 내 자세가 그 정도에 미치지 않는 걸 알아서 아직은 전혀 궁금하지 않다.

 

이 강의를 다 듣고 코로나도 끝나면 그땐 온라인 말고 오프라인으로 발레 강의를 배워보고 싶다.

완강하면 그때 다시 후기를 써야지! 꼭 다음 후기글을 쓸 수 있길 바란다.

발레리나 이주리님 자세를 참고해서 그린 그림. 얼굴은 전혀 다르다.
발레리나 이주리님 자세를 참고해서 그린 그림. 얼굴은 다르게 그렸다. 훨씬 예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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