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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멈춰있던 네모필라에서 꽃망울을 발견하다

by 후언 2021. 2. 18.

와우! 오늘의 내 기분상태이다. ^^

오늘은 날씨는 춥지만 햇볕이 잘 들었다. 내가 일어난 것을 확인한 후치는 기뻐하며 얼른 베란다로 나가고 싶어 창문 앞에서 폴짝 뛰어올랐다. 눈부신 햇빛이 내리쬐는 베란다의 탁자 위에 후치를 내려놓고 보니 창문이 닫힌 베란다는 꽤 따뜻했다. 온도계를 보니 23도였다.

나도 베란다로 나갔다. 어제 발견했던 네모필라의 꽃망울이 얼마나 폈는지 살펴보고 싶었다.


'네모필라'라는 식물은 작년에 알게 됐다. 고화질의 아름다운 꽃 사진이 가득한 베란다정원 가드너의 네이버 블로그에 자주 들락거리다가 그 꽃을 처음 보았다. 조그만 꽃들이 풍성하게 늘어져 있는 모습에 반해서 나도 네모필라 씨앗을 샀다.
그리고 심어야지 생각만 하며 미루다가 실제로 심은 건 작년 9월 9일이었다.

점점 추워지는 베란다 온도 때문이었는지 실제로 발아 한 건 몇 안 됐고 그마저도 아주 더디게 자라났다. 그리고 겨울이 되어 작고 흐물거리는 상태 그대로 더 성장하지 않았다.
더 따뜻한 곳으로 일찍 옮겨주고 웃자란 줄기도 흙 밑으로 다시 심어주며 관심을 가져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작년 겨울엔 베란다 정원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든 터라 그러지 못했다.

눈 쌓인 추운 겨울, 이사 전에 식물 대부분을 미리 내 차 뒷자석에 실어서 옮겨놓았는데 이 네모필라 화분은 거기에 같이 가지 않았다. 뒷좌석에 자리가 부족했는데, 네모필라의 흐물흐물한 줄기가 얼마 살지 못할 것 같아서 우선순위에 밀린 것이다.
이사 당일 미처 옮기지 못한 다른 화분 두 개와 함께 네모필라도 쇼핑백에 얌전히 담겼다. KTX를 타고 이동하는 나와 함께 새로운 집으로 갈 터였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걱정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동 과정에서 약간은 눌리기도 했으나 무사히 도착했다.

그리고 얼마 전, 네모필라의 웃자란 줄기가 쓰러져 있는 게 안타까워 보여 새로 심어줬다.
뿌리가 다치지 않게 화분에서 파 내고, 웃자란 줄기가 흙 아래로 갈 수 있도록 더 깊게 심었다. 그리고 똑바로 서게 된 줄기들을 보며 언제 꽃이 필까 생각했다.

줄기를 다시 심어준 후 네모필라는 놀라 보게 튼튼하고 꼿꼿하게 자라났다.
새로운 베란다에 콘센트 연장선을 놓고 식물등을 켜기 시작했던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바로 그 보라빛 등 아래에 있던 네모필라에서 드디어 꽃망울을 발견한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작은 덩치에 꽃망울이 제법 여러 개 보였다.
영양분을 한 번도 준 적이 없던 것 같아서 어제 물을 줄 때는 하이포넥스를 물에 희석해 듬뿍 줬다.

아직 활짝 핀 건 아니지만 정말 기쁘다.
작년 여름의 나팔꽃에 이어서 내가 직접 파종해서 꽃까지 보게 된 건 이번이 두 번째이다.

내 네모필라는 풍성하지 않아서 처음에 보고 반했었던 블로그의 그 모습과는 조금(실은 많이) 다를 것 같지만, 내 정원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꽃망울 하나에도 이렇게 뿌듯하다.

앞으로 매일매일 네모필라의 꽃이 얼마나 피어났나 살펴보는 재미가 남다를 것 같다.

네모필라의 파란색 꽃망울
네모필라의 꽃봉오리. 그 오른쪽으로 새로 피어나는 꽃망울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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