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베란다 정원에 핀 꽃 한 동안 꽃 소식이 없던 겨울 베란다 정원에 다시 봄기운이 불기 시작했다. 병충해로 시들시들하던 검은 눈의 수잔에서 꼿꼿하게 주황색 꽃 한 송이가 피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지난가을에 심었던 미니 마거리트에도 청순한 흰색 꽃이 얼굴을 드러냈다. 새로 심었던 인시그니스 블루 네모필라도 하늘색 얼굴을 드러냈고 오점 네모필라도 궁금했던 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기쁜 건, 작년 봄에 심어서 그 동안 꽃 소식이 하나도 없던 제라늄이 드디어 꽃망울을 올린 것이다. 여러 화분에 심었지만 잎만 무성한 채로 그대로여서 가을쯤 새 흙으로 분갈이를 해줬다. 이제 때가 된 건지, 쑥 올라온 꽃대에 마음이 벌렁거린다. 꽁꽁 싸매여 있던 꽃대는 며칠이 지나며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분홍 꽃봉오리가 보인다. 생각보다 .. 2022. 2. 19. 다시, 여름 엊그제 저녁, 남편과 같이 쇼파에 앉아 있는데 집이 후끈후끈했다. 베란다 수납장에 넣어둔 에어서큘레이터가 갑자기 생각났다. “오빠 우리 선풍기 꺼낼까?” 단순히 의견을 묻는 것으로도 들릴 수 있는 이 화법은 남편에게 배웠다. 이른바 ‘~ 할까? / ~ 하자’화법으로 언뜻 들으면 같이 무언가를 해보자는 것처럼 들리지만 숨겨진 의미는 조금 다르다. ‘너 ~ 해봐’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며 주로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시키고 싶을 때 완곡하게 둘러말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그래, 꺼내자.” 역시 ‘~하자’ 화법으로 받아치는 남편의 의중도 나와 같다. 이럴 땐 가위바위보가 최고다. 말을 꺼낸 사람이 이런 내기에선 꼭 지는데 내가 졌다. 작년에 샀던 에어서큘레이터를 꺼내와 전원을 켜니 이보다 시원할 순 없다. 바람.. 2021. 6. 13. 베란다 정원의 귀요미, 비올라 베란다 정원을 만들고 깊어진 꽃에 대한 관심 예전에는 길가에 피어 있는 꽃들에 이렇게 관심이 많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길가의 이름 모를 꽃에게도 오래 눈길을 주게 된 건,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정원을 가꾸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편의점에 가다가도 울타리 근처에 피어 있는 붉은 장미가 보이면 홀린 듯이 다가갔다. '우리 집에 있는 장미는 병충해가 심한데 저 장미들은 어쩜 저렇게 탐스러울까?' 궁금해하며 말이다. 길가 화단에서 비올라를 흔히 볼 수 있다는 것도 비올라를 키운 뒤로 알게 된 사실이다. 팬지와 비슷하지만 꽃의 크기가 더 작은 비올라는 꽃 색깔이 다양하다. 전체적인 키는 작은 편인데 비올라 꽃들이 바글바글 올라와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정말 귀엽다. 첫눈에 반했던 비올라 내가 비올라를 처.. 2021. 6. 11. 멈춰있던 네모필라에서 꽃망울을 발견하다 와우! 오늘의 내 기분상태이다. ^^ 오늘은 날씨는 춥지만 햇볕이 잘 들었다. 내가 일어난 것을 확인한 후치는 기뻐하며 얼른 베란다로 나가고 싶어 창문 앞에서 폴짝 뛰어올랐다. 눈부신 햇빛이 내리쬐는 베란다의 탁자 위에 후치를 내려놓고 보니 창문이 닫힌 베란다는 꽤 따뜻했다. 온도계를 보니 23도였다. 나도 베란다로 나갔다. 어제 발견했던 네모필라의 꽃망울이 얼마나 폈는지 살펴보고 싶었다. '네모필라'라는 식물은 작년에 알게 됐다. 고화질의 아름다운 꽃 사진이 가득한 베란다정원 가드너의 네이버 블로그에 자주 들락거리다가 그 꽃을 처음 보았다. 조그만 꽃들이 풍성하게 늘어져 있는 모습에 반해서 나도 네모필라 씨앗을 샀다. 그리고 심어야지 생각만 하며 미루다가 실제로 심은 건 작년 9월 9일이었다. 점점 추.. 2021. 2. 18. 언니의 최애 카페와 우리집 카페 이야기 언니와는 자주 통화를 한다. 조카가 태어난 뒤로 연락이 잦아졌다. 주로 영상통화를 하는데 언니는 귀여운 조카를 보여주고, 나는 마찬가지로 귀여운 우리 개와 고양이를 보여주곤 한다. 어느 날 낮, 언니에게서 영상통화가 아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고 보니 언니는 오랜만에 생긴 혼자만의 자유시간을 보내러 가는 중이었다. "우리 집 근처에 내가 잘 가는 카페가 2곳 있어. 하나는 스타벅슨데 지금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다른 카페로 가고 있어." 그 카페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15분 차를 타고 가야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왜 거기까지 가서 그 카페를 가야 하는지 언니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내 머릿속에도 그 카페의 이미지가 그려졌다. 한적한 곳, 주변은 풀숲으로 둘러싸인 조그마하고 푸근한 느낌.. 2021. 2.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