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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언책방/책 형광펜긋기

나도 당장 걷게 하는 책 [걷는 사람, 하정우]

by 후언 2020. 10. 11.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주)문학동네, 2018

 

멋진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도 걷고 싶어졌다. 걷는다는 것에 이런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다니.

이십대 초반엔 차가 없어서 참 많이 걸어다녔었다. 그 때는 새로운 동네에 호기심이 생기면 이곳저곳 걸어 보곤 했다. 골목골목을 걸으며 관심가는 가게들을 몇 개 지나다보면 어느새 낯선 느낌은 사라지고 친숙한 동네가 되었다. 

차가 생기면서 걷는 것보다 차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익숙해졌다. 주차할 곳만 있으면 차로 이동했다. 그랬더니 걷는 게 너무 힘들어졌다. 발리여행때도 가까운 시내를 걸어다니는 게 힘들어 쉽게 지치고 짜증도 났다. 그 좋은 곳에 가서 힘든 마음상태로 보내고 오다니, 지금 생각하면 많이 아쉽다. 

이 책의 저자는 일상에서는 물론, 여행지에서도 걷는다. 하와이, 유럽. 나도 여행지에 가서 그렇게 걸어보고 싶다.

하정우의 걷기클럽멤버들. 어떤 일을 하는 데 동지가 있다는 건 힘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생보, 돌려깎기.. 걷기클럽 멤버들끼리 사용하는 이 말들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술술 잘 읽히고 공감가는 글귀도 많은 책이다. 하정우는 참 건강한 사람이구나.

 

나도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으니 걷자!

 

<실행한 것>

  • 하루 만보 걷기
  • 파기름 낸 라면 끓여먹기(^^)

걸으며 본 풍경들

늘 차로 다니며 몰랐던 길. 꽃들이 이렇게나 예쁘게 피었다.


<형광펜>

"정적 일은 너무나 열심히 하는데 휴식 시간에는 아무런 계획도 노력도 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그대로 던져두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치고 피로한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곧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기'는 결과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피로를 잠시 방에 풀어두었다가 그대로 짊어지고 나가는 꼴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일을 좋아하는 만큼, 일을 오래하고 싶은 만큼, 휴식도 신경쓰고 잘 계획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일과 휴식을 어중간하게 뒤섞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을 휴식이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

 

"도저히 나가서 걸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날, 혹은 걷다가 체력이 달려서 집으로 당장 돌아가고 싶었던 날, 그런 순간들을 견디게 만든 것은 결국 걷기를 다 마치고 돌아올 때의 성취감이었다는 것을 기억핸내다. 그러니 어쩌면 한 걸음 한 걸음은 미래를 위한 저축 같은 것이다. 지금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이고 오히려 괴롭기까지 하지만 훗날 큰 감동과 의미를 선물해주니까." 

- 아침 6시 기상을 하고 있는데 정말 공감간다. 내가 걷기를 시작하게 되면 곧 맏닥뜨리게 될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지 말해준다.

 

"... 목표했던 걸음수를 채우면 화면에서 폭죽이 터지면서 작은 축제가 벌어진다. 손목 위의 이 작은 기계가 내가 걷는 걸 이토록 응원해주니 조금이라도 더 걷게 된다."

- 저자는 핏빗 손목시계를 이용한다. 귀여운 글귀.

 

"나는 아무리 내가 최선을 다했더라도 더 시도해볼 만한 건 정녕 없었을까 복기한다. 이것은 고통스럽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다."

 

"하루종일 촬영한 후 숙소로 돌아가면 '오늘 하루 잘했다'가 아니라 '잘 버텼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군도>가 개봉한 뒤 대중들의 반응을 직면하자 나는 그 시간이 몹시 후회되기 시작했다. 내가 육체적 고통에 지고 말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다만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건강한 삶을 살려고 노력중이다."

 

"그런 단어들이 우리에게는 참 많다. 함께 모였을 때 만들어진 단어들, 우리가 쓰면서도 자꾸 웃게 되는 말들. .."

- 걷기클럽 멤버들이 쓰는 단어들에 대한 글.

 

"대파나 브로콜리, 파프리카처럼 수분이 적은 채소들은 적절한 크기로 썰어서 냉동실에 넣어둔다."

- 요리도 잘 하는 하정우. 파프리카도 얼릴 수 있다니.

 

"요리가 좋은 건 이번 한끼를 애매하게 실패했다 해도, 반드시 만회할 다음 끼니가 돌아온다는 거니까."

- 요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다.

 

"눈을 떴을 때 온몸이 천근만근처럼 느껴지는 날. 그런 날은 마음도 울적해서 도로 눈을 감고 이불 속에서 꼼짝도 하고 싶지가 않다. ...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종일 집 안에만 머물고 싶은 날."

- 휴일의 내모습이 대체로 이렇다.

 

"'조금만 더 누워 있자. 오늘 딱 하루만이야..... 아, 그런데 나는 항상 왜 이모양일까?' 이런 생각들에는 언제나 지고 만다. 그럼 이 부정적인 생각들을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내 경험상으론 그보다는 단순한 행동과 결심이 훨씬 더 힘이 세다. 일단 몸을 일으키는 것. 다리르 뻗어 한 발만 내디뎌보는 것. ... 몸에 익은 습관은 불필요한 생각의 단계를 줄여준다."

- 얼마전 습관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거기서 말하는 것도 이와 같다. 아주 작은 것부터 해보는 것. 가령 아침에 운동을 가기로 했다면 운동화 신발끈만 조이면 된다.

 

" 극단적으로 지쳤을 때, 의외로 많은 이들이 계속 먹거나 종일 자거나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거나 하는 식으로 '몸을 움직이지 않는 방법'을 택한다. ...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 날이 닥쳤는데도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아, 힘들다...... 걸어야겠다.'"

 

"나에겐 일상의 루틴이 닻의 기능을 한다. 위기상황에서도 매일 꾸준히 지켜온 루틴을 반복하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희미하게나마 보인다."

 

"독서와 걷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 핏빗을 통해 연결되어 있기에 우리가 서로를 격려하며 매일 꾸준히 걸을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는 독서도 함께해보기로 했다. ... 책을 함께 읽는 다는 것은 이미 잘 안다고 믿었던 서로의 마음속을 더 깊이 채굴하는 것과도 같았다."

- 걷기클럽 멤버들과 독서모임도 한다. 정말 멋지다.

 

* 독서모임의 추천도서 : [운을 읽는 변호사], [걷기 예찬], [최고의 휴식], [센서티브],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맨박스],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말의 한수], [말의 품격]

- 메모해뒀다가 나중에 읽어봐야지.

 

"사람들은 직업이 아닌 일에 열중하거나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한우물만 파라'고 조언한다. 이것저것 다 찔러보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될 수 있으니 제일 잘하는 것 하나만 우직하게 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들 말한다. ... 나는 한 사람 안에 잠재된 여러 가지 능력을 일생에 걸쳐 끄집어내고 활짝 피어나게 하는 것이 인생의 과제이자 의무라고 본다."

- 얼마전까지 나도 문득문득 들었던 의문이다. 본업에만 충실해야 할까? 다른 일들을 시도해 보는 것이 오히려 본업에 집중하는데 해가 되지는 않을까?

 

"자신감이란 자신이 지나온 시간과 열심히 한 일을 신뢰하는 데서 나오는 힘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남자답다'라는 알쏭달쏭한 말보다는 '사람답다''인간적이다'라는 말을 들을 때 조금 더 기쁘다."

 

"내가 정한 로마 아침 걷기 코스는 판테온 신전에서 시작해 스페인 광장을 돌아 트레비 분수와 이탈리아 통일 50주년을 기념해 건립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까지 둘러본 뒤, 다시 나보나 광장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 로마로 여행을 간다면, 따라서 걷고 싶은 곳.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다는 건, 한 사람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 매일 자신에게 조금씩 실망하고 내가 채워야 할 거대한 빈틈을 응시하게 된다. ... 슬럼프든 우울이든 어쨌든 개인적인 속사정을 이겨내고 무대에 올라야만 한다."

 

"슬럼프란 선생님은 평생에 걸쳐 계속 나를 찾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 나에게 슬럼프는 인생길의 장애물이 아니라 나를 겸허하게 만들어주는 스승이다."

"지금 고통받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곧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혹시 내가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오지 않을 버스를 기다리는 건 아닌지 수시로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형광펜 그은 구절들이 참 많다. 그만큼 공감가는 글이 많았다. 다시 또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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