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여름 엊그제 저녁, 남편과 같이 쇼파에 앉아 있는데 집이 후끈후끈했다. 베란다 수납장에 넣어둔 에어서큘레이터가 갑자기 생각났다. “오빠 우리 선풍기 꺼낼까?” 단순히 의견을 묻는 것으로도 들릴 수 있는 이 화법은 남편에게 배웠다. 이른바 ‘~ 할까? / ~ 하자’화법으로 언뜻 들으면 같이 무언가를 해보자는 것처럼 들리지만 숨겨진 의미는 조금 다르다. ‘너 ~ 해봐’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며 주로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시키고 싶을 때 완곡하게 둘러말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그래, 꺼내자.” 역시 ‘~하자’ 화법으로 받아치는 남편의 의중도 나와 같다. 이럴 땐 가위바위보가 최고다. 말을 꺼낸 사람이 이런 내기에선 꼭 지는데 내가 졌다. 작년에 샀던 에어서큘레이터를 꺼내와 전원을 켜니 이보다 시원할 순 없다. 바람.. 2021. 6. 13. 이전 1 다음